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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재일 3세대 작가 유미리의 소설세계

by 삶을 만드는 사과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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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유미리의 작품세계 

 유리미는 1997년 <가족 시네마>로 일본 문단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유미리는 이양지와 마찬가지로 재일 3세대 작가로 분류된다. 

유리미의 문학 세계는 제일 한국인문학을 다루는에 있어서 재일 작가들을 하나로 아울러 왔던 '민족적 자기 정체성 찾기'라는 주제로 조명하고자 할 때, 다소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작가다. 그녀는 한국인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가지고 있아 보이지 않으며  유미리의 소설들이 취하고 있는 탈중심적인 포즈들은 일본 문단의 젊은 작가들의 성향과 흐름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미리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가족을 중심에 높고 가족의 붕괴와 그 폐해에 대한 소설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작가로서의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일본 내의 사회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가족이야기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작가의 작품세계가 변모한 것처럼 보인다.   

 

2. 소설쓰기의 원천: 가족의 해체

 유미리의  소설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풀하우스> <가족 시네마> 등은  '붕괴된 가족'을 테마로 삼았다. 어린 시기부터 부모의 지속적인 불화와 별거, 그리고 이 때문에 발생한 가족의 이산의 경험 등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기에 충분했으며, 이 트라우마는 그녀의 소설쓰기 원천으로 작용한다.

 유미리에게 아쿠타가와상의 영예를 안겨 준 <가족 시네마>에는 질감 없는 껍데기뿐인, '연기하는 가족'이 등장한다. <풀하우스>에는 아버지의 가족 재건에 대한 노력이 나타나지만 자신의 가족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나버렸음을 확인한 주인공 모토미는 아버지와의 대면을 거부한다. 유미리의 이 같은 해체된 가족의 문제에 대해 어떤 희망도 제시하거나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가족의 모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의 소설에서는 가족의 재건에 철저히 부정적이다. 그녀는 가족의 불협화음을 통해 현대의 개인의 소외감, 고립감,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패하거나 일탈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원인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3. 병리적 현대 사회의 소외

 유미리는 <가족 시네마> 이후, 현대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을 글쓰기의 소재로 삼는다. <타일>, <골드러시>, <여학생의 친구> 등이 대표적이다. <타일>에서는 성불능으로 하내에게 이혼당한 후 혼자 원롬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방을 타일 모자이크로 메워나가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골드러시>에는 권력과 욕망의 충족이 돈으로 획득될 수 있다고 자각하는 열네 살의 소년이 등장하며, 소년의 욕망과 범죄는 결국 타인에 대한 신뢰의 결핍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가족에 의한 상처와 소외 등에서 출발한다. <여학생의 친구>에도 가족으로부터 상처로 인하여 고독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있지만, 현실과의 유대가 부재하다는 것과 가족과 갈등하거나 불화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고립 속에서 점점 황폐화되어가는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결국 유미리의 문제의식은 글쓰기의 출발점이었던 가족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이러한 소설을 통해 연대 가족의 문제와 이로 말미암은 사회적 문제로의 확산은 현대인이 지닌 보편적 문제라는 것을 확인시키고 있다. 현대인들이 지닌 이러한 문제는 또한 인간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식인 '관계'의 형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불러온다. 그렇기 때문인지 작가 유미리는 <남자>에서 새로운 관계 형성 방식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4. 유미리 소설의 위치

 작가 유미리가 경험한 불안정한 가족관계와 부모의 불화와 경제적 궁핍에서 비롯된 그녀의 문제의식과 톡특한 현실 해석은 일본 내의 재일 한국인들의 위치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유미리가 재일 한국문학의 흐름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그녀의 소설은 '재일'이라는 범주에 갇히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불우한 조건을 글쓰기의 동력으로 삼아 문제적 작품들을 생산하면서 유미리 자신마저 독특한 문화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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