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70년대의 문학담론
1970년대는 문학에서 급격한 산업화가 가져다 준 새로운 도시적 감수성이 출현한 시기로 기록된다. 1960년대 이후 실시된 본격적인 경제적 근대화의 결과로 말미암아 1970년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겪을 수 있는 명암의 양면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던 시기였다. 이 시기 소설에서 도시 공간의 생태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작품화되기 시작했다. 도시 문제의 소설화 작업이 여러 작가에 의해 본격적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1960년대 후반 이호철, 서정인, 황석영 등의 작가에 의해 부분적으로 다뤄지던 노동문제, 소시민 의식, 이농현상 등의 사회 문제가 70년대 작가들의 시각 안에서 핵심적인 소재로 포착되었다. 대중 문학은 도시근대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던 60년대 후반부터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해서 70년대 초반에 그 초기적인 전형성을 갖춘다. 이후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민중문학에 긍적적인 일부 측면이 계승되었고 부정적 요소는 '통속문학'이라는 개념으로 분류되는 상업소설류에 그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다.
대중문학 담론은 그 사회의 계급구조와 권력구조를 반영한다. 어쩌면 대중문학은 시민들의 문화를 통제하려는 지배권력의 조작적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대중문학의 성격이 단일하지 않은 이유는 지배이데올로기와 대항이데데올로기의 뒤엉킴 때문이다. 이것이 대중문학의 속성이다. 따라서 1970년대에 그 초기적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대중문학은 지배이데올로기와 성장하는 민중의 대항적 이데올로기를 함께 내포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급격하게 성장한 자각적 민중의식의 힘을 받은 대항이데올로기는 80년대의 대중문학을 민중문학으로 견인했다.
1970년대가 대중문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모습이나 형태가 1980년대나 1990년대보다 훨씬 전형적인 모습의 대중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나 역사의식에 민감한 민중 문학의 이념성이나 경직성이 아닌 대중적 기호, 취향, 이상향 등의 가치관, 감수성 등을 중심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대중문학이 자본주의적인 상품논리보다는 작가와 독자라는 문학 내적 연관관계에 의해 지배되는 성격이 더 강했던 시기에 보이는 것으로서 최인호, 한수산, 조해일의 작품들이 속한다.
2. 최인호의 소설과 평가
최인호는 초기 중단편 소설부터 한국사회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문제, 특히 자본주의적 욕망의 폭력성과 소외 등의 문제를 세련된 감수성의 문법으로 재현한 작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념적인 문제의식보다 자본의 논리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문 지면을 통해 개중의 통속적인 욕망과 일상의 풍속을 다룬 소설을 발표하면서 1970년대 문학의 상업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민중/민족주의오 문학주의는 거대담론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주류문학계는 신문소설을 단순히 상업주의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외면해 버리려고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이 거둔 대중적인 성공이 문학 장에 던진 파장은 대단했다. <별들의 고향>이 문화적 현상으로까지 확대된 상황에 이르러 비평계는 현실을 재현하는 소설 형식과 관련해 극단적인 평가들을 내놓았고 '중간소설'이라는 타협적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최인호 문학이 1970년대에 나타난 문학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그 자체로 대변하는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별들의 고향>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서 문학이 존재하는 방식은 커다란 변화를 겪게된다. 최인호의 성공을 필두로 문단의 주목을 받던 젊은 신진작가들이 신문연재 소설을 쓰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고 이 시기 작가는 영화배우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 대접을 받았으며, 문학을 잘 팔리는 상품으로 인식되었다. 그에 따라 원고료의 상승과 단행본 출간이 붐을 이뤘으며, 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대중문화와의 접촉면을 넓힌 문학은 대중의 일상에 뿌리내리게 되었다.
이렇듯 최인호가 1960년대 후반부터 문단의 중심적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구체적 이유는 '문학과 지성'의 편집동인인 김현,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 등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최인호 소설이 1960-70년대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도시화 현상에 대한 문학적 재현이라고 일치된 견해를 보이면서 새로운 문학 감각을 가진 신세대 작가의 출현에 주목했다. 이 중 김병익은 <별들의 고향>을 비롯한 최인호의 대중소설에 나타난 통속적 요소를 변화된 도시 환경에서 비롯한 것이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새로운 작가의식의 소산임을 강조한다. 최인호의 대중소설을 둘러싼 현상과 그 의미는 문학성만으로 규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맥락 속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김병익의 평가는 당대로서는 예외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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