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완의 혁명- 4.19
4.19일을 전후하여 벌어진 4월 혁명은 부당한 정치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과 희생으로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에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혁명은 6.25전쟁 이후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자유당의 부정의한 횡포가 그 주요 원인이었으나, 그 시작은 고등학교 학생들로부터였다. 학생들의 요구는 정치권의 부당한 학원 개입에 대한 거부였으나 공명선거를 주장하는 정치적인 운동으로 발전해 갔다.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와 김주열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폭발하여 기저계층은 물론 방관의 자세로 일관하던 대학생들이 4.18일 고려대학교를 필두로 하여 많은 대학교가 시위에 참여하였고 25일에 대학교수들까지 동참함으로써 자유당과 이승만 정권을 정치에서 배제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고귀한 목숨을 잃었지만 4월 혁명의 정신은 현대 한국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4월 혁명은 미완의 혁명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혁명 직후 황산덕은 혁명의 주체가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혁명의 수습도 그들에 의해 이뤄져야 하지만 그 수습을 하야한 이승만이 임명한 허정이 맡았기 때문에 “행동자의 손에 의하여 부서진 구질서가 수습자의 손에 의하여 다시 살아날” 여지를 우려했는데, 그 우려는 현실화 되었다. 함석헌도 5.16을 촉발했다는 의미에서 4월 혁명은 실패한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4월 혁명을 역사학적 관점에서 볼 때, 4월 혁명의 주체세력은 정권의 교체는 이뤘으나 지배계급의 교체를 이루지 못했으므로 지배계급까지 교체되지 않은 정치변혁이었을 뿐, 사회혁명을 이끌지 못했다.
2. 최인훈 문학과 4.19
당시 창작활동을 시작한 ‘전후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최인훈은4.19에 대해 “굳이 성공, 불성공으로 따지자면 그런 의미에서 유감없이 성공한 정치적 행동이고 사건”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왜냐하면 “정신사적 의미에서 ‘시민으로서의 개인’을 발견하게 된 의미”가 컸기 때문인데, 이를 바탕으로 “억압에 대한 저항”, “불의에 대한 침묵하지 않게되고” 다른 한편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은 물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주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인훈은 《자유문학》에 1959년 10월 「GREY 구락부 전말기」와 12월 「라울전」써 안수길의 추천으로 등단했는데, 당시의 사회상은 1956년 4월 12일 발표한 민주당의 성명에서 잘 드러나 있다. 자유당과 이승만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시기였으며, 문단도 이에 발맞춰 움직였다. 주목되는 것은 최인훈의 등단작인 두 소설은 표면적으로 볼 때, 「GREY 구락부 전말기」는 당시 젊은이들의 사적인 비밀 모임의 서사이지만 「라울전」은 2이천여 년 전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종교 서사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두 소설에는 당대 한국의 현실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행동하지 못한 자들의 최후’를 보여준다고 정의할 수 있다. 「GREY 구락부 전말기」에서는 현실에서 행동하지 못하고 사적 모임에 안주하다가 경찰의 오인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구성원들은 굴욕을 느끼며, 파탄에 이른다. 두 번째 소설 「라울전」은 현실과 먼 종교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행동하지 못한 자의 최후를 알레고리화하였다. 이 소설들이 의미가 있는 것은 최인훈 문학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인데, 그것은 사회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하겠다. 1960년 10월에 발표된 『광장』은 4월 혁명이 없었으면 나올 수 없는 소설이었다. 행동이 정권이 요구하는 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16 쿠데타 이후 1962년 4월에 발표된 『구운몽』은 꿈이라는 환상성을 통해 현실을 알레고리화하고 있다. 꿈은 현실을 왜곡하여 나타내는데, 행동은 했으나 수동적으로 쫓기는 현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4월 혁명이 행동에 의한 결과라고 할 때, 4월 혁명 전과 후, 그리고 반동으로 등장한 5.16 쿠데타 시기에 등단한 최인훈은 등단작에서는 행동의 중요성을 선취하고 있는 것이고, 혁명 후의 『광장』에서는 자유의지에 의해 행동했으며, 5.16 쿠데타 이후에 발표된 『구운몽』에서는 환상성을 이용하여 쫓김을 보인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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