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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장편소설 '구운몽'의 난해성

by 삶을 만드는 사과 202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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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훈 소설 중에 난해한 소설로 꼽히는 작품이 장편소설  『구운몽』이다. 이 소설을 한 번 읽어서는 무엇을 담아내려고 작가가 노력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소설을 해석하려면 그의 기타 소설들과 함께 당시의 시대상황을 조금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읽다가 표기하기 쉽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난해하게 썼을까? 무엇을 담아내고 있는 것인가? 살펴보자

 

 

1. 소설 구운몽의 환상성과 난해성

 

19624월에 출판된 소설 구운몽은 고전소설에서 제목만 차용해 온 환상성을 지닌 알레고리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논자들은 구운몽을 최인훈의 언급에 기대어 혹은 서구의 이론을 들어 환상에 주목한다. 물론 환상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고전소설의 꿈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김만중의 구운몽에서 볼 수 있듯이 액자구조이므로 겉과 속의 서사 중 속의 서사가 구체성을 띠면서 겉이야기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최인훈의 구운몽도 꿈의 서사로 되어 있지만 고전소설 구운몽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띤다. 최인훈의 구운몽은 대개의 논자들이 동의하듯이 세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세 층위는 1)독고민의 이야기, 2) 병원이야기, 3) 영화시사회 보고 나온 연인이야기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 1) 독고민의 이야기는 독고민의 현실- 꿈이야기로 액자구조를 취한다. 2)의 병원에서는 독고민의 죽음과 관련한 이갸기이고 3)에서는 그 병원의 신입간호사와 빨간넥타이의 이야기이다.

  소설 구운몽이 환상적이면서도 난해하게 보이는 것은 전지적 작가시점을 취하면서도 인물의 시각의 시점을 차용하기 때문이다. 1) 독고민의 이야기는 독고민의 시각에서 서술된다면 2) 병원의 이야기에서는 독고민은 한 대상으로 놓이는 반면, 의사의 시각과 간호 부장의 시각으로 서술된다. 3)에서는 고고학을 설명하는 인물의 시각과 연인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이 같이 인물 시각시점을 차용하면서 더불어 같은 듯 다른 인물들의 등장이다. 출신지역이 같거나 얼굴에 점이 있는 여성이 세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거나 인물의 이름이 비슷하게 나오며, 꿈이야기에만 사용한 환상성을 3)의 고고학 설명에서 쓰고 있으므로 환상성에 난해함이 더하여진 것이다.

 

2. 혁명군에 대한 애도와 혁명의 지속열망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독고민의 이야기에서 독고민의 꿈 내용이 환상성을 띤다. 독고민이 꿈 이별한 연인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욕망에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그녀만이 보잘 것 없은 자신을 사랑한 것은 물론 화가의 재능까지도 인정해 준 여성이기 때문이다. 미군부대의 양부인인 그녀가 그의 돈을 가지고 사라진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지만 그는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 믿음이 그녀의 편지로 이어지면서 꿈 속 내용이 시작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군복 장수, 고구마 장수, 깡통 주이, 무연탄 장수등 보잘 것 없는 직업의 지녔던 그가 꿈 속에서는 다양한 인물로 변화한다. 시인들의 선생에서 시작하여 은행의 사장님, 감옥을 시찰하는 각하라 불리는 박사 등으로 변화한다. 또한 발레단원들의 선생님, 그리고 한 까페의 여급의 애인이며, 혁명군의 우두머리였다가 교황이 한국에 보낸 대주교로 변신한다. 흥미로운 것은 광장에서 이명준이 비판했던 정치, 경제, 문화를 구체적인 직업군과 관련시켜 확대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매우 혼란한 상황으로 혁명군과 정부군이 스피커로만 번가라가며 시민들을 혁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가하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선무 활동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아직 독고민의 꿈에서는 혁명이 끝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경제 측면에서는 은행의 간부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인식하는 경제란 적산(敵産) 나눠먹기식으로 빈약하기 그지없다. 문화적 측면에서 등장하는 발레단의 단원들을 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으나 발레단을 운영하는 늙은 여성은 발레단을 돈을 벌어들이는 한낱 쇼걸로 보고 몸뚱어릴 팔아먹고 사는 계집들로 격하시킨다. 시인들은 시평에 의견이 갈려 싸움을 일삼고 바에서는 술집여성을 놓고 싸움을 일삼는다.

  독고민은 그 곳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골목에는 그를 존경해 맞지 않던 무리들이 좇아온다. 그는 골목에서는 각각의 다른 곳으로 연결되어, 그는 단지 결핍된 구원의 여성인 숙을 찾은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각 단체 혹은 회사 등의 우두머리로 추앙을 받는다. 마지막 빠에서 도망친 독고민은 넒은 광장에 이른다. 광장에 나온 독고민은 정부군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골목에서부터 쫓아 그를 에워쌌던 무리들은 만세를 부르며 흩어진다. 그리고 다시 살아난 독고민은 혁명군과 함께 사라진다. 독고민의 꿈속에서 벌어진 일들은 메비우스의 띠처럼 비틀려져 있으나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보잘 것 없는 직업을 지닌 독고민이 혁명군의 우두머리 즉 혁명의 주체였으며, 혁명으로 인한 혼란시기 정부군보다 혁명군을 일반 시민들이 칭송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군에 의해 독고민이 죽음을 맞이한 후, 만세를 부르는 행위는 정부군이 질서를 회복한 것에 대한 신뢰를 주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데, 4월 혁명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경제 발전의 소망으로 대체되어 5.16 쿠데타에 대한 묵인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독고민의 경우, 이 꿈 속에서 찾아나선 것은 구원의 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숙이다. 광장에서 끝없이 이명준이 이데올로기에 방황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할 때, 그에게 의미를 준 여성 은혜와 닮아 있다. 이명준이 죽음을 택한 것과 같이 독고준도 과거의 구원의 여성은 다시 만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독고준의 구원의 여성은 누구인가? 그것은 정치적으로 볼 때, 정의롭고 자유로운 민주주의 체제 구현이 아니었을까?

  2)의 병원이야기에서 현실로 돌아온 그는 병원의 벤치에서 동사(凍死)해 있다. 동사한 독고준을 본 간호부장은 4월에 잃은 아들을 생각한다. 한 해 전, “4월의 그날. 환히 눈에 부를 켠 젊은이들이, 캠퍼스에서 파도처럼 쏟아져나와 병원 앞을 지나 시내로 향했고 아들도 따라나섰었다. 그러면 이 소설에 등장했던 독고민의 다양한 직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간호부장의 아들은 학생임을 알 수 있는데, 그 둘은 닮아있다는 것으로 볼 때, 우리가 4월 혁명의 주체세력을 의미한다. 4월 혁명의 주체세력은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대중적으로 잊혀진 도시빈민층이었다. 독고준은 이 도시빈민층을 상징화하는 인물로 보인다. 최인훈은 구운몽을 환상성으로 포장하여 미완의 혁명의 희생자들 애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의 영화를 본 후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미완의 혁명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고 나온 연인들의 입맞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소설을 끝맺음으로써 혁명의 지속을 열망하는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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